스페인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미식 강국입니다. 지역마다 다른 재료와 조리법, 그리고 문화적 전통이 어우러져 스페인 전역을 여행하는 동안 수많은 음식과 마주하게 됩니다. 지중해식 식단을 기반으로 신선한 해산물, 올리브오일, 치즈, 와인, 햄, 향신료가 풍부하게 사용되며, 여기에 각 지역 특유의 풍미가 더해져 ‘먹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완벽한 여행지가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페인 전역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대표 음식 10가지와 함께, 지역별로 어떻게 맛있게 즐기면 좋을지 소개합니다.
1. 파에야 (Paella) – 발렌시아의 대표 쌀요리
스페인 음식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파에야는 발렌시아 지방의 대표적인 요리로, 지역마다 만드는 방식과 첨가하는 재료가 조금씩 다른 음식이기도 합니다. 사프란으로 노랗게 물든 쌀 위에 해산물, 닭고기, 채소, 콩 등을 올려 팬에 고슬고슬하게 익혀냅니다. 본고장인 발렌시아에서는 닭고기나 토끼 고기와 달팽이가 들어간 오리지널 레시피도 만나볼 수 있으며,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의 해산물 파에야도 풍미가 깊습니다. 파에야는 이베리아 반도에 오래 살았던 북아프리카 무슬림들이 쌀을 주로 먹던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스페인어로 '쌀'을 의미하는 아로스 역시 아랍어에서 왔다고도 합니다. 현지에서는 점심시간에 주로 즐기며, 갓 만든 파에야는 예약이 필수인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 하몽 이베리코 (Jamón Ibérico) – 천연 숙성 생햄
스페인의 국민 식재료라 할 수 있는 하몽은 이베리코 돼지의 뒷다리를 소금에 절이고 수개월간 건조·숙성시켜 만듭니다.
지방이 고르게 섞인 이베리코 하몽은 씹을수록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나며, 얇게 썰어 올리브나 치즈와 함께 먹는 것이 정석입니다. 마드리드, 세비야, 톨레도 등의 시장이나 하몽 전문 바에서 다양한 숙성 기간별 하몽을 비교 시식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현지의 3배 4배이기 때문에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의 하나로 추천합니다.
3. 감바스 알 아히요 (Gambas al Ajillo) – 마늘 새우의 풍미
작은 냄비에 마늘과 올리브오일, 칠리, 새우를 넣고 끓인 이 요리는 타파스 메뉴의 대표 주자입니다. 마늘 향이 진하게 배어 있는 올리브오일에 바게트를 찍어 먹는 것이 별미이며, 바르셀로나, 말라가, 그라나다 등에서 현지식 감바스를 쉽게 맛볼 수 있습니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맥주나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립니다. 현지에서 먹는 감바스 꼭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4. 또르띠야 에스빠뇰라 (Tortilla Española) – 스페인식 오믈렛
스페인 국민 음식이라 불리며 달걀, 감자, 양파를 주재료로 한 또르띠야는 두툼한 두께가 특징이며, 내부가 촉촉하게 익은 스타일부터 바삭한 버전까지 다양합니다. 간단하지만 맛이 깊고, 온도에 상관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으며 카페나 바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나 브런치로 자주 등장하며, 슬라이스 형태로 타파스처럼 제공되기도 합니다. 집집마다 레시피가 달라 스페인 전역에서 먹어보며 비교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5. 빠따따스 브라바스 (Patatas Bravas) – 타파스의 인기 메뉴
작게 썬 감자를 튀긴 후 매콤한 토마토 소스 또는 아이올리 소스를 곁들여 먹는 브라바스는 가볍고 중독성 있는 요리입니다. 스페인에 다양한 요리로도 활용하고 , 특히 마드리드 스타일은 소스가 진하고 스파이시하며, 바르셀로나에서는 좀 더 부드러운 맛이 주를 이룹니다. 감자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풍미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스페인 타파스의 저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6. 초리소 (Chorizo) – 스페인식 향신료 소시지
파프리카와 마늘 등으로 양념한 돼지고기를 숙성시켜 만든 초리소는 풍미가 진하고 짭조름한 것이 특징입니다. 생으로 얇게 썰어 먹거나 구워서 제공되며, 와인과 함께 하면 최고의 안주가 됩니다. 라 리오하 지방에서는 초리소와 와인을 함께 제공하는 바가 많아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7. 바스크 치즈케이크 – 부드럽고 진한 디저트
겉은 바삭하게 구워졌지만 속은 꾸덕하고 부드러운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산세바스티안에서 시작된 디저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지만, 본고장에서 맛보는 정통 치즈케이크는 진한 크림치즈 풍미와 텍스처가 압도적입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인기 카페에서도 수준 높은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맛볼 수 있습니다.
8. 초콜라떼 콘 추로스 (Chocolate con Churros) – 달콤한 아침
바삭하게 튀긴 추로스를 진한 핫초콜릿에 찍어 먹는 전통 간식은 스페인 전통 아침 식사로도 사랑받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추로스와 초콜릿으로 해장할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마드리드의 산 히네스 초콜라 떼리아는 대표적인 맛집으로, 아침부터 야심한 밤까지 현지인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입니다. 초콜릿은 묽지 않고 진득한 스타일로, 달콤함과 고소함이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9. 까바 (Cava) – 스페인 대표 스파클링 와인
까바는 카탈루냐 지방에서 생산되는 스페인의 전통 방식 스파클링 와인으로, 샴페인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품질은 뛰어납니다. 바르셀로나 인근 페네데스(Penedès) 지역에서는 와이너리 투어도 가능하며, 타파스나 해산물 요리와 환상적인 페어링을 보여줍니다. 항상 깔끔하고 상쾌한 맛으로 미식 여행에 빠질 수 없는 요소입니다.
10. 가스파초 & 살모레호 – 안달루시아의 시원한 수프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래한음식이며 차가운 토마토 수프인 가스파초와 더 진한 농도의 살모레호는 더운 날씨에 즐기기 좋은 음식입니다. 빵과 올리브오일, 마늘을 섞어 갈아 만든 이 요리는 상큼하고 가볍지만 영양이 풍부합니다.
채소가 많이 들어가고 불로 조리하지 않아서 영양소 파괴도 되지 않기 때문에 몸에도 좋습니다.
세비야, 코르도바 등 안달루시아 도시에서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으며, 여름 여행 중 휴식 같은 메뉴입니다.
스페인은 단순한 맛을 넘어서 각 지방의 문화, 역사, 기후가 녹아든 요리로 가득한 나라입니다. 마드리드의 정통 타파스, 바르셀로나의 해산물 요리, 남부의 향신료 가득한 음식까지. 스페인 미식 여행은 보는 것만큼이나 먹는 것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다음 여행에는 꼭 입과 마음 모두 만족시키는 스페인의 요리들을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